대법원 · 2023-07-13
사임한 변호사가 낸 이의신청, 무효일까? 대법원이 뒤집은 이유
변호사가 사임서를 낸 직후 그 변호사 이름으로 이의신청서가 들어왔다. 권한 없는 사람의 신청은 무효일까, 나중에 인정하면 살아날까?
사건의 배경
원심법원은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고, 조정 재판부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법원이 당사자 합의를 대신해 내리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 정본은 양측 소송대리인에게 각각 송달되었습니다.
그런데 피고 측 소송대리인의 사임서가 제출된 뒤, 같은 변호사(김도훈) 명의로 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가 제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변호사가 피고를 대리할 권한을 가졌음을 증명하는 소송위임장은 함께 제출되지 않았고, 위임장은 한참 뒤에야 비로소 제출되었습니다.
이후 위임장이 제출된 소송대리인은 이의신청이 적법함을 전제로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변론기일에서 항소장과 준비서면을 진술하는 등 소송행위를 이어갔습니다. 문제는 처음 이의신청이 제출될 당시 그 변호사에게 정식 대리권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엇이 쟁점이었나
권한 없는 사람이 한 이의신청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을까요, 아니면 나중에 당사자 본인이나 권한을 갖춘 대리인이 그 행위를 '추인'(나중에 인정해 받아들이는 것)하면 처음 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효력을 갖게 될까요? 이 판단에 따라 결정이 확정되어 소송이 끝났는지가 갈렸습니다.
한쪽의 주장
원심은 이의신청서가 피고 본인이나 권한을 받은 대리인, 또는 조정담당판사의 허가를 받은 대리인이 제출한 것이 아니어서 적법한 이의신청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의신청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결정이 확정되었고, 소송도 그 결정 확정으로 취하된 것으로 보아 소송종료선언을 했습니다.
다른 쪽의 주장
피고 측은 나중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소송대리인이 이의신청이 적법함을 전제로 준비서면을 내고 변론기일에서 항소장과 준비서면을 진술하는 등 소송행위를 했고, 이로써 처음의 이의신청이 추인되어 효력을 갖는다는 입장에서 다투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소송대리권에 흠이 있는 사람의 소송행위라도 나중에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소송대리인이 추인하면 행위를 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효력을 갖게 되고, 이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기록상 이의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이 확정되기 전에 김도훈에 대한 소송위임장이 제출되었고, 그 소송대리인이 이의신청이 적법함을 전제로 소송행위를 했으므로, 당초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이의신청은 추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의신청은 소급하여 효력을 갖고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소송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원심이 소송종료를 선언한 것은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핵심 정리
권한 없는 사람이 한 절차상의 행위라도 무조건 무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점 전에 정당한 권한을 갖춘 사람이 그 행위를 인정(추인)하면 처음부터 효력이 있었던 것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판결문 원문 보기
판시사항
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관한 이의신청을 한 후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대리인이 이의신청 행위를 추인한 경우, 이의신청이 행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갖게 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민사조정법 제34조 제4항에 의하면, 같은 법 제30조, 제32조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같은 법 제34조 제1항의 이의신청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제1호), 이의신청이 취하된 경우(제2호), 이의신청이 적법하지 아니하여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하결정이 확정된 경우(제3호)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97조에 의하여 소송대리인에게 준용되는 같은 법 제60조에 의하면 소송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의 소송행위는 후에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소송대리인이 그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행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갖게 되고, 이는 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관한 이의신청을 한 후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대리인이 이의신청 행위를 추인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참조조문
민사조정법 제34조 제4항, 민사소송법 제60조, 제97조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기세 담당변호사 이혜진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도훈)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3. 2. 14. 선고 2022나365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법원이 2022. 7. 11.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였고, 조정사건 재판부는 2022. 8. 11. 판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을 한 사실, 이 사건 결정 정본은 2022. 8. 18.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2022. 8. 16. 피고 소송대리인에게 각 송달된 사실, 피고 소송대리인의 사임서가 2022. 8. 26. 제출된 후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도훈’ 명의의 이 사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가 2022. 8. 30. 제출되었으나 피고의 소송위임장은 제출되지 않았고, 2022. 11. 23. 비로소 소송위임장이 제출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위 이의신청서는 피고 본인 또는 그로부터 권한을 수여받았거나 조정담당판사로부터 허가를 받은 대리인이 제출한 것이 아니어서 적법한 이의신청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결정은 당사자에게 송달된 날부터 2주일이 지난 2022. 9. 2. 확정되었으며, 이 사건 소송은 이 사건 결정이 확정됨으로써 취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소송종료선언을 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민사조정법 제34조 제4항에 의하면, 같은 법 제30조, 제32조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같은 법 제34조 제1항의 이의신청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제1호), 이의신청이 취하된 경우(제2호), 이의신청이 적법하지 아니하여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하결정이 확정된 경우(제3호)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97조에 의하여 소송대리인에게 준용되는 같은 법 제60조에 의하면 소송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의 소송행위는 후에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소송대리인이 그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행위 시에 소급하여 그 효력을 갖게 되고(대법원 1969. 6. 24. 선고 69다511 판결,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4누13343 판결 등 참조), 이는 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관한 이의신청을 한 후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대리인이 이의신청 행위를 추인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기간 내에 대리인 김도훈 명의의 이의신청서가 제출되었고, 이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2022. 11. 23. 김도훈에 대한 소송위임장이 제출되었으며, 그 소송대리인은 이의신청이 적법한 것을 전제로 원심에서 2023. 1. 19. 자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2023. 1. 31. 변론기일에서 항소장 및 위 준비서면을 진술하는 등 소송행위를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당초 대리인에게 적법한 이의신청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의신청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피고의 소송대리인 선임행위 및 그 소송대리인의 행위에 의하여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추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의신청은 행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갖게 되었고 이 사건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소송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송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 판단에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본 콘텐츠는 판결문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각색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