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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 2017-04-07

내 땅 위 농로, 막으면 '교통방해죄'일까?

수목이 우거진 시골 비포장 농로를 두고 이웃 사이에 벌어진 다툼, 그 길은 과연 '모두의 길'이었을까요?

사건의 배경

강원도 영월의 한 비포장 농로가 사건의 무대입니다. 큰길 쪽부터 차례로 피고인 소유 토지, 다른 두 사람(공소외 1, 공소외 2)의 토지가 이어져 있었고, 이 농로에는 피고인 소유 토지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농로는 1996년경과 1997년경 두 사람이 각자 토지를 매수할 당시 이미 개설되어 있었지만, 그중 공소외 2만 가끔 농사를 지으러 지나다녔을 뿐입니다. 피고인은 2003년경 자기 토지를 사들였고, 2007년경부터는 큰길과 접한 지점에 쇠사슬 등을 설치해 자기 땅을 지나는 농로 통행을 제한했습니다. 그 무렵부터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서 그때그때 사용승낙(쓰겠다는 허락)을 받아 길을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3월경, 공소외 1이 자기 토지에 주택을 새로 지으면서 공사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농로 진입로를 넓혀 통행하기 시작했고, 이를 막으려는 피고인과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한편 큰길에서 두 사람의 토지로 들어갈 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따로 있었으나, 당시에는 사용하지 않아 영월군이 가드레일 등으로 막아 둔 상태였습니다.

무엇이 쟁점이었나

쟁점은 이 농로가 형법이 말하는 '육로'에 해당하느냐입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여러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막아 통행을 어렵게 한 행위를 처벌하는데, 여기서 '육로'란 특정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뜻합니다. 개인 땅 위에 난, 일부 사람만 허락받아 다니던 길도 여기에 들어가는지가 문제였습니다.

한쪽의 주장

검사는 피고인이 통행을 막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기소했으며, 원심이 이를 무죄로 본 것은 잘못이라며 상고했습니다. 즉 이 농로가 형법상 '육로'에 해당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다른 쪽의 주장

피고인 측은 이 농로가 자기 소유 토지를 포함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일시적인 사용승낙을 받거나 부수적으로 통행을 묵인받아 다닌 데 불과하므로,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다니는 공공의 길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농로를 육로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육로'란 특정인에 한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말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로(공공도로)에 드나들 수 있는 다른 도로가 있는 상태에서, 토지 소유자에게 일시적인 사용승낙을 받아 다니거나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쓰면서 부수적으로 타인의 통행을 묵인한 데 불과한 길은 육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소사실에 특정된 2014년 3월경 농로가 공공성을 지닌 장소로 보기 어렵고, 두 사람의 토지는 비록 당시 쓰지 않았더라도 시멘트 포장도로로 큰길과 연결되어 있었던 점을 들어, 이 농로는 형법 제185조의 육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핵심 정리

길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두의 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판결입니다. 개인 소유 토지 위에 난 길이라도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오가는 공공성을 갖추어야 형법상 보호되는 '육로'가 되며, 일부 사람만 허락이나 묵인을 받아 다니던 길이고 다른 통로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이를 막더라도 일반교통방해죄로 보기 어렵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판결문 원문 보기

판시사항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에서 말하는 ‘육로’의 의미 및 공로에 출입할 수 있는 다른 도로가 있는 상태에서 토지 소유자로부터 일시적인 사용승낙을 받아 통행하거나 토지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부수적으로 타인의 통행을 묵인한 장소에 불과한 도로가 육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일반 공중의 교통안전을 보호하는 범죄로서 육로 등을 손괴하거나 장애물로 막는 등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서 ‘육로’란 일반 공중의 왕래에 제공된 장소, 즉 특정인에 한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말한다. 통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은 경우에도 위 규정에서 말하는 육로에 해당할 수 있으나, 공로에 출입할 수 있는 다른 도로가 있는 상태에서 토지 소유자로부터 일시적인 사용승낙을 받아 통행하거나 토지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부수적으로 타인의 통행을 묵인한 장소에 불과한 도로는 위 규정에서 말하는 육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참조조문

형법 제185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춘천지법 2016. 7. 21. 선고 2015노52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일반 공중의 교통안전을 보호하는 범죄로서 육로 등을 손괴하거나 장애물로 막는 등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1475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육로’란 일반 공중의 왕래에 제공된 장소, 즉 특정인에 한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말한다(대법원 1984. 9. 11. 선고 83도2617 판결,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도7292 판결 등 참조). 통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은 경우에도 위 규정에서 말하는 육로에 해당할 수 있으나, 공로에 출입할 수 있는 다른 도로가 있는 상태에서 토지 소유자로부터 일시적인 사용승낙을 받아 통행하거나 토지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부수적으로 타인의 통행을 묵인한 장소에 불과한 도로는 위 규정에서 말하는 육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농로는 비포장도로로 양쪽 길가에 수목이 우거져 있고, 큰길 쪽부터 차례로 피고인 소유 토지, 공소외 1 소유 토지, 공소외 2 소유 토지가 있으며, 피고인 소유 토지의 일부가 이 사건 농로에 포함되어 있다. 나. 이 사건 농로는 공소외 2가 1996년경, 공소외 1이 1997년경 각각 토지를 매수할 당시 개설되어 있었으나, 공소외 2만 가끔씩 농사를 지으려고 지나다녔다. 피고인은 2003년경 그 소유 토지를 매수하였고 2007년경부터 큰길과 접한 지점에 쇠사슬 등을 설치하여 위 토지를 이용한 농로 통행을 제한하였다. 공소외 2는 그 무렵부터 피고인으로부터 일시적인 사용승낙을 받아 이 사건 농로를 통행하였다. 다. 그런데 공소외 1은 2014. 3. 7.경 자신의 토지에 주택을 신축하면서 공사차량의 진출입을 위해 이 사건 농로의 진입로 부분을 확장하고 통행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통행을 막으려는 피고인과 분쟁이 발생하였다. 라. 큰길에서 공소외 1 소유 토지와 공소외 2 소유 토지에 진입할 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있는데, 현재는 이를 사용하지 않아 영월군에서 가드레일 등을 설치하여 막아 놓은 상태이다. 3.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2014. 3.경에는 이 사건 농로가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였다고 보기 어려웠고, 공소외 1과 공소외 2 소유의 토지는 당시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시멘트 포장도로로 큰길과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농로는 단순히 피고인 소유 토지와 인접한 토지에 거주하는 공소외 2가 피고인으로부터 일시적인 승낙을 받아 통행하다가 그 무렵 공소외 1도 통행을 시작한 통행로에 불과하여 형법 제185조에서 말하는 육로로 볼 수 없다. 원심이 이 사건 농로를 육로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4.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본 콘텐츠는 판결문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각색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