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 2008-09-11
임대인이 바뀐 사이, 보증금을 누가 돌려주나
건물 주인이 바뀌었는데 집에 계속 살고 있는 세입자는 원래 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
사건의 배경
원고는 2005년 8월에 피고로부터 오피스텔을 보증금 4,500만 원으로 임차했습니다. 임대차 기간은 2005년 8월 31일부터 2006년 8월 30일까지 12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직전인 8월 13일에 피고는 이미 이 오피스텔을 제3자에게 팔기로 약속했습니다. 피고와 제3자는 매매대금을 대신 제3자가 임대인 지위를 이어받기로 약정했습니다. 2005년 9월 27일에 제3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되었습니다.
원고는 새 소유자가 생긴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주민등록을 하고, 임대차계약서(여전히 피고가 임대인으로 표기)에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2006년 2월에 오피스텔에 대한 강제경매가 시작되자, 원고는 임차인으로서 경매절차에 배당요구를 했습니다. 원고는 2006년 11월 7일까지 오피스텔에서 거주했습니다.
무엇이 쟁점이었나
건물 소유자가 바뀌면서 새 소유자가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맡기로 했을 때, 세입자가 이를 승인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특히 세입자가 새로운 상황에서 계속 집에 살고, 강제경매에 배당요구를 하는 행동만으로도 원래 임대인인 피고의 의무를 없애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한쪽의 주장
원심(서울서부지법)은 원고가 새 소유자(제3자)가 임대인 지위를 이어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민등록을 하고, 확정일자를 받고, 강제경매에 배당요구를 하고, 계속 거주한 행동을 종합하면, 원고는 새 소유자의 임대인 지위 승계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요구하는 보증금 반환청구는 피고가 아닌 새 소유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며, 피고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쪽의 주장
대법원은 건물 소유자가 바뀌면서 새 소유자가 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맡는 것이 원래 임대인을 면책시키려면 (즉, 원래 임대인의 책임을 없애려면) 세입자의 명확한 승인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세입자가 취한 행동들—주민등록, 확정일자, 배당요구, 거주—은 세입자가 통상적으로 하는 조치일 뿐이며, 당시 상황상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으므로, 이를 원래 임대인의 면책을 승인하는 의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첫째, 건물 소유자가 바뀌면서 새 소유자가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맡되 그 금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한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원래 임대인을 완전히 면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 소유자가 함께 의무를 지는 형태입니다. 원래 임대인을 완전히 면책시키려면 세입자의 명확한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세입자의 승인은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묵시적일 수 있지만, 다음 상황에서는 묵시적 승인으로 볼 수 없습니다: 세입자가 취한 행동(주민등록, 확정일자, 배당요구, 거주)은 세입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취하는 조치일 뿐입니다. 당시 상황상 새 소유자가 강제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으므로, 원래 임대인의 면책을 승인하는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핵심 정리
이 판결은 건물의 임대인이 바뀔 때 세입자의 보증금 보호가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세입자가 새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취하는 조치(주민등록, 확정일자 등)만으로는 원래 임대인의 책임이 자동으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보증금 반환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확하게 정해져야 하며, 세입자가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법원은 세입자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판결문 원문 보기
판시사항
[1]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면서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한 경우, 그 채무인수의 법적 성질(=이행인수)
[2] 주택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추기 전에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되어 당연히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 주택임차인의 행위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대한 묵시적 승낙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참조조문
[1]민법 제454조 / [2]민법 제454조
전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08. 4. 24. 선고 2007나853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2005. 8. 17. 피고로부터 이 사건 오피스텔을 보증금 45,000,000원, 기간 2005. 8. 31.부터 2006. 8. 30.까지 12개월로 정하여 임차하고, 피고에게 계약 당일 보증금 중 계약금 4,000,000원을, 2005. 8. 31. 보증금 중 잔금 41,000,000원을 각 지급하고 나서 위 2005. 8. 31.부터 2006. 11. 7.까지 이 사건 오피스텔에 거주한 사실, 피고는 위 임대차계약 체결 직전인 2005. 8. 13.소외 1에게 이 사건 오피스텔을 매도하면서 그 매매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피고가 이 사건 오피스텔을 임대하여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고소외 1이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기로 약정하고, 2005. 9. 27.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하여소외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하여소외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인 2005. 11. 17. 이 사건 오피스텔의 매도사실 및 임대인 지위승계 약정사실을 알면서도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 2006. 2. 16. 이 사건 오피스텔에 대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자 그 경매법원에 임차인으로서 배당요구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하여소외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 이 사건 오피스텔의 매도사실 및 임대인 지위승계 약정사실을 알면서도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 이 사건 오피스텔에 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임차인으로서 배당요구를 하고 2006. 11. 7.까지 이 사건 오피스텔에 거주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소외 1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전제로 행동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위 임대인 지위승계 약정에 대하여 승낙 또는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임대차는 원고와소외 1 사이에서 존속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하고,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채권자 즉 임차인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8599 판결,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1273 판결,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69026 판결,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135 판결 참조).이 경우 임차인의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 의사표시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하여서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나,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추기 전에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되어 당연히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 주택임차인의 어떠한 행위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대한 묵시적 승낙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는 그 행위 당시 임대차보증금의 객관적 회수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기록에 의하면,소외 1은 이 사건 오피스텔을 피고로부터 4,500만 원에 매수하여 2005. 9. 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2005. 10. 5.소외 2에게 채권최고액을 6,000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으나 그 근저당권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여 2006. 2. 16. 이 사건 오피스텔에 대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오피스텔의 소유권이소외 1에게 이전된 후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에서 원고가 이 사건 오피스텔에 주민등록을 하고 임대차계약서(임대인은 피고로 되어 있다)에 확정일자를 받고 2006. 11. 7.까지 거주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주택임차인으로서 통상 취하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여지고 이 사건 오피스텔의 매매대금과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비교해 볼 때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객관적 회수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를 매도인인 피고를 면책시키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대한 승낙이나 추인으로 볼 수는 없고, 또한소외 1이 이 사건 오피스텔을 매수한 후 설정한 근저당권 피담보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해 이 사건 오피스텔에 대해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됨으로써 위 근저당권 설정 이후에 대항력을 취득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원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경매절차에서의 회수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이라면 원고가 임차인으로서 그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대한 묵시적 승낙이나 추인으로 볼 수는 없다.
이와 달리 원심은소외 1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전제로 원고가 행동함으로써 임대인 지위승계약정에 따른 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대하여 승낙 또는 추인하였다고 보고 매도인인 피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안대희(주심)
본 콘텐츠는 판결문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각색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