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 2001-02-23
전세권을 빼앗긴 집주인, 등기를 되살릴 수 있을까
집주인이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전세권 등기를 말소해버렸다면, 법원이 그 등기를 되살려줄까?
사건의 배경
원고는 부동산에 전세권설정등기를 해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고 몰래 소외인이 관계 서류를 위조한 후, 법무사 사무소에 보관되어 있던 등기필증(등기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을 가지고 가서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등기를 지우는 것)를 신청했습니다. 결국 원고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세권설정등기가 말소되고 말았습니다.\n\n이후 피고인 농업협동조합이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담보로 잡는 권리를 등기함)를 했습니다. 원고는 말소되어 버린 자신의 전세권설정등기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피고가 등기부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로서 말소회복등기(지워진 등기를 되살리는 등기)에 대해 승낙해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습니다.
무엇이 쟁점이었나
법적 쟁점은 이것입니다. 만약 어떤 등기가 부당하게 말소되었다면, 그 등기를 되살릴 때 다른 사람의 승낙이 필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특히 당사자(원고)가 자발적으로 말소등기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말소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말소회복등기를 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한쪽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소외인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불법으로 전세권설정등기를 말소했으므로, 그 말소 자체가 부당합니다. 따라서 피고는 등기부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로서 말소회복등기에 대해 승낙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쪽의 주장
피고와 원심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소외인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불법으로 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n\n부동산등기법 제75조의 말소회복등기란 어떤 등기가 부적법하게 말소된 경우에 그 말소된 등기를 되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부적법'이란 실체적 이유에 기한 것이든 절차적 하자에 기한 것이든 상관없이 말소등기나 다른 처분이 무효인 경우를 의미합니다.\n\n그러나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이건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말소등기를 한 경우에는 말소회복등기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원고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말소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원심은 소외인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불법으로 말소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만하다고 본 것입니다.
핵심 정리
이 판결은 등기 말소에 관한 중요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말소회복등기(지워진 등기를 되살리는 것)는 말소가 정말 부당했을 때만 가능하지만, 당사자 측에서 자발적으로 말소 절차에 참여했다면 나중에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사실관계 판단에서 당사자의 의사가 정말 반영되지 않았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한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판결문 원문 보기
판시사항
말소등기나 기타 처분이 무효이지만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말소등기를 한 경우 말소회복등기의 가부(소극)
판결요지
부동산등기법 제75조 소정의 말소회복등기란 어떤 등기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부적법하게 말소된 경우에 그 말소된 등기를 회복하여 말소 당시에 소급하여 말소가 없었던 것과 같은 효과를 생기게 하는 등기를 말하는 것으로서, 여기서 부적법이란 실체적 이유에 기한 것이건 절차적 하자에 기한 것임을 불문하고 말소등기나 기타의 처분이 무효인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이건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말소등기를 한 경우에는 말소회복등기를 할 수 없다.
참조조문
부동산등기법 제75조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태세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군산시농업협동조합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0. 10. 18. 선고 99나563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추가2차상고이유서 및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부동산등기법 제75조 소정의 말소회복등기란 어떤 등기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부적법하게 말소된 경우에 그 말소된 등기를 회복하여 말소 당시에 소급하여 말소가 없었던 것과 같은 효과를 생기게 하는 등기를 말하는 것으로서, 여기서 부적법이란 실체적 이유에 기한 것이건 절차적 하자에 기한 것임을 불문하고 말소등기나 기타의 처분이 무효인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이건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말소등기를 한 경우에는 말소회복등기를 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5673 판결, 1993. 3. 9. 선고 92다3987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이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신청에 필요한 전세권설정계약 해지증서와 위임장 등 관계 서류를 위조한 다음, 원고 몰래 법무사사무소에서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의 등기필증과 함께 법무사에게 건네주며 그 말소등기신청을 의뢰하여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가 말소되기에 이르렀으니, 그 말소 이후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피고는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그 말소회복등기에 대하여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소외인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를 불법으로 말소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고 있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말소회복등기에 관한 이해관계인의 승낙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이강국(주심)
본 콘텐츠는 판결문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각색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