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생활 · 대법원 · 2022-04-28
아파트 관리소장의 '근무 태만' 발언, 명예훼손 성립하나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두 관리소장 사이의 불화가 법정까지 간 사건—말 한마디가 범죄가 되려면 어느 정도 심각해야 할까?
사건의 배경
인천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A씨는 2019년 5월 한 세탁소에서 동료 관리소장 B씨에 대해 '낮에 근무하면서 경매를 받으러 다닌다', '구청에 사적으로 일보러 다닌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여럿이 있는 곳에서 나왔고, 결국 B씨가 명예훼손으로 A씨를 고소하게 됩니다.
A씨와 B씨의 사이는 좋지 않았습니다. B씨는 예전에 아파트 관리업체의 대표로 일했는데, 현재는 다른 오피스텔의 관리소장으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A씨는 B씨가 계속 과도한 민원을 제기해 자신이 과태료까지 받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감정이 쌓인 상태에서 세탁소 방문을 통해 B씨의 상황을 파악하려던 것입니다.
1심 법원은 A씨의 말이 B씨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고, 명예훼손의 고의도 있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원심(2심) 법원도 이를 유지했습니다.
무엇이 쟁점이었나
누군가의 직무 태만을 지적하는 말이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법원은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하려면 그 표현이 얼마나 심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을까요?
한쪽의 주장
1심과 2심 법원의 주장: A씨의 발언은 B씨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이다. 근무 중 자리를 비우고 사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관리소장으로서의 직무 태만을 의미하며, 이는 B씨의 신뢰도를 손상시킨다. 또한 여럿이 있는 곳에서 공연히 한 발언이고, A씨가 B씨를 모욕할 의도를 가지고 말했으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다른 쪽의 주장
대법원의 주장: A씨의 발언 내용, 표현 정도,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맥락, 그리고 그 이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A씨의 발언은 비록 B씨를 불쾌하게 할 수 있지만, 사회통념상 B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A씨가 B씨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보다는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표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①사회통념상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실제로 저하될 정도의 표현이어야 하고, ②행위자가 명예를 훼손할 의도를 가지고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A씨의 발언은 비록 B씨를 불쾌하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이 B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씨가 B씨에 대해 파악하려다가 우연히 B씨의 정보를 얻게 된 상황에서,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봐야지, 의도적으로 B씨의 명예를 훼손하려던 것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따라서 사건을 1심으로 다시 돌려 재판하도록 했습니다.
핵심 정리
이 판결은 직장에서의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을 비판하는 말의 법적 경계를 보여줍니다. 누군가의 부정행위를 지적하는 말이 즉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그 표현의 정도, 맥락, 의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특히 '비판'과 '모욕' 사이의 차이, 그리고 표현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판결문 원문 보기
판시사항
명예훼손적 표현인지 판단하는 기준 /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
참조조문
형법 제13조, 제307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1. 7. 선고 2020노6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인천 ○○구에 있는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의 관리소장이고 피해자는 같은 구에 있는 오피스텔의 관리소장인데, 피고인이 2019. 5. 24.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공소외 1의 남편 및 공소외 2가 있는 가운데 공소외 1에게 "여기 소장인 피해자는 낮에 근무하면서 경매를 받으러 다닌다. 구청에 사적으로 일보러 다닌다."는 취지의 말(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을 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이고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도 인정되며, 이 사건 발언을 한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므로,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등 참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소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8. 8.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인 피해자는 2015년경까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주택관리업체의 대표자이고, 이 사건 발언 당시 공소사실 기재 오피스텔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나)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가 과다한 민원을 제기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에 관해 피해자가 제기한 민원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자, ‘공소사실 기재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본 적이 있는데, 그곳 세탁소를 찾아가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아파트 입주민의 말을 듣고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총무 공소외 2와 함께 위 세탁소를 방문하였다. 피고인은 세탁소 주인 공소외 1과의 대화 과정에서 공소외 1이 위 오피스텔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소외 1의 남편과 공소외 2가 있는 가운데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가 제기한 민원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는 등으로 감정이 쌓여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청구를 한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대표자로 있는 주택관리업체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하던 중 계약이 해지되자, 피해자는 다른 업체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여 관리소장이 자주 교체되도록 하는 등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방해하여 왔는바, 이러한 경위에서 이 사건 발언에 이른 것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라) 한편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약식명령이 발령되기도 전인 2019. 11.경 ‘피고인이 시간외수당 등을 부당 수령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취업규칙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의 피고인에 대한 ‘근로계약해지 동의서’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회람되어 피해자를 포함한 입주민 일부가 서명하였는데, 피고인은 이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아파트 관리소장을 교체하기 위해 근로계약해지 동의서를 작성, 유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3) 위 인정 사실에서 알 수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 및 공소외 1의 관계, 이 사건 발언의 표현 정도와 방법, 이 사건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사건 발언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이 사건 발언 이후의 정황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고 사적인 일을 처리하는 등 관리소장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것으로서,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내용을 포함한다고 여겨질 수는 있겠으나, 이를 넘어서 사회통념상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발언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동기 및 상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기보다는, 피해자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위 세탁소를 방문하여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공소외 1이 위 오피스텔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주택관리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구청 등을 자주 방문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방해하여 왔고 관리소장인 피고인에게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는 상황이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취지의 주관적 심경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본 콘텐츠는 판결문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각색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